아래 할매장부 할매 이야기는 창작입니다.

할매장부

돈 냄새 맡는 할매의 재물운 장부

골목 끝 국밥집

역전 시장 골목 끝에 간판 불이 반쯤 나간 국밥집이 있다.

문 닫을 시간이 한참 지나도 불은 안 꺼진다.

할매는 삼십 년째 국밥만 말았다. 근데 동네 오래 산 사람들은 할매를 국밥집 할매라고 안 부른다.

예전엔 이 동네에서 제일 용한 무당이었다고.

할매가 굿판에서 방울을 흔들면 귀신들도 한 수 접고 물러났다고들 했다.

근데 사람들이 할매를 찾아온 건 귀신 때문이 아니었다.

동네에선 할매를 이렇게 불렀다.

귀신도 한 수 접는, 돈 냄새 맡는 귀신.

누구 집에 돈이 들어올지, 언제 새어 나갈지, 할매는 냄새로 먼저 알았다.

그러다 어느 해, 할매는 신당 문을 잠그고 국밥 솥을 걸었다.

할매

점 봐 주는 것보다 밥 먹이는 게 남는 장사여.

근데 냄새는 문을 잠가도 새어 나왔다.

요즘 동네 사람들은 할매가 이 건물 주인이라고들 한다.

국밥 팔아서 건물을 올렸냐고 물으면 할매는 대답 대신 계산대 위 공책을 툭 친다.

기름때 앉은 외상 장부.

거기 이름이 오른 사람은 몇 해 뒤에 다시 찾아왔다. 외상값의 몇 배를 들고.

건물이 국밥이 아니라 그 돈으로 올라갔다는 말은 그래서 돈다.

어느 겨울

한 사내가 두툼한 봉투를 들고 들어왔다.

몇 해 전 국밥값이 없어서 장부에 이름을 올렸던 사람이었다.

사내

할매, 나 대박 났어요. 외상값, 열 배로 쳐서 가져왔어요.

할매는 봉투를 열어 보지도 않고 사내 얼굴만 한참 봤다.

할매

그 돈 그대로 갖고 있거라. 곧 쓸 데가 온다.

사내는 웃으며 봉투를 들고 나갔다. 할매가 노망이 났나 싶었다고 했다.

석 달 뒤, 사내의 어머니가 쓰러졌다.

병원비를 치르고 나니 봉투에 남은 건 천 원짜리 한 장이었다.

어머니가 퇴원하던 날, 사내는 다시 봉투를 들고 왔다.

할매

고생했다.

할매가 웃으며 받았다.

오늘 밤

밤 열한 시. 넥타이가 풀린 청년이 문을 열었다. 손에는 이력서 봉투가 들려 있었다.

할매

오늘도여?

청년은 대답 없이 앉았다. 할매는 얼굴 한 번 보더니 소주 한 병을 탁 내려놨다.

두 잔째 비웠을 때, 병이 사라졌다.

“술만 퍼마시지 말고, 자식아. 생일이나 불러 봐.”

할매가 맡으려는 건 술 냄새가 아니었다.

돈 냄새였다.

그날 밤, 할매는 장부 새 장을 펼쳤다.

다음 장은, 네 거여.

재물운 보러 가기첫 장은 공짜예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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